봉숭아 꽃물
박노해
그녀의 가는 손가락에 봉숭아 꽃물을 들일때면 나는 가슴이 떨려왔습니다 그녀가 붉은 꽃물이 든 손톱을 깎아 나갈때면 나는 가슴이 저려왔습니다
그녀의 새*끼 손가락 끝에 붉은 온달이 반달이 되고 반달이 초승달이 되어 아스라이 떠있을때면 나는 가을내내 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
봉숭아 꽃잎이 사라지고 희미한 초승달이 질 때까지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라면 나는 그만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마지막 잎새처럼 뛰어내리고만 싶었습니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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